K-리그 드래프트 존치 논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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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빠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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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드래프트 존치 논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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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드래프트 존치 논란에 대한 의견 정리

며칠전, 모 선수가 'J리그로 유소년들이 빠져나가는건 어쩔수없는 현상' 이라고 말했던 기사에서
http://news.nate.com/view/20100808n03475

네티즌들 반응이 대부분 'K-리그 드래프트를 폐지하고 계약제로 전환해야 유소년들의 해외진출을 막을 수 있고, 한국프로축구도 더 발전할 수 있다'로 귀결되는데대해 의문을 품게되면서 본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 의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과연 K-리그 드래프트를 폐지한다면 K-리그가 더 발전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왜 K-리그 드래프트를 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이 두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제가 생각한 글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산빠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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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1 : 유소년 선수들이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J리그로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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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1 : 유소년 선수들이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J리그로 가는 이유. 그리고 이에 대한 생각

유소년 선수들의 J리그 입단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논거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논거를 살피고, 이에 대한 저의 의견을 제시하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자기가 원하는 팀에 갈수 없다.
소위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입니다. 일견 타당해보이는 논거입니다만, 현실적으로 프로팀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골라잡아 갈 수 있는건 상위 1% 특 A급 신인에게만 가능한 특혜라는 점, 드래프트 이전 자유계약제 시절에도 선수 본인이 원하는 팀이 아닌 학원 축구 지도자 및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많이 찔러넣는 팀에 선수들은 경매에 붙여진 물건처럼 팔려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이 논거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밖에 안 보여집니다.

즉, 드래프트를 폐지한다해도 신인 선수가, 자기가 원하는 팀에 갈 가능성은 없습니다.
다만 그 선수를 길러낸 학교의 관계자가 원하는 팀에 갈 수 있을 뿐이지요.

2). K리그 드래프트가 돈을 적게 준다.
J리그 내지 J2리그로 유소년 선수가 바로 진출할 시, 세금을 제하면 실수입은 K리그 드래프트 선순위 지명보다 더 적다는 점
은 과거 K-리그 드래프트 -> 유망주의 J리그행의 상관관계의 허상에 대하여란 글에서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좀 더 체계적인 분석을 원하신다면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셔서 읽고 오시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http://pakaji1.egloos.com/5194862

위 링크 글을 간단히 요약하면, 1~2명의 예외적 케이스를 제외하고 C라이센스로만 J리그 입단이 가능한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계약금도 없고, 이적료도 푼돈에 불과한 C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연봉 최대 480만엔 만으로 세금(약 30%)과 개인 생활 비용 부담을 감내해야 하며, 이 때문에 J리그는 결코 K리그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하고자 합니다.
(첨언으로, K-리그 선수 연봉의 경우 원천징수 3%를 제외하고 거의 다 선수에게 지급됩니다. 여기에 클럽하우스 이용 비용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월 3만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원 외 다른 팀들도 클럽하우스 이용료는 아예 공짜거나 월 1~2만원에 각종 부대비용 없이 숙식과 빨래, 운동, 여가를 해결할 수 있고, 아직 클럽 하우스가 없는 팀들도 선수들의 주거지를 따로 정하여주고, 구단 부담으로 이용토록 하고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위 링크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규정이 있기에 추가로 덧댄다면
J리그 규정상 C라이센스로 입단한 선수가, 1시즌 450분 이상 J리그 정규리그 경기 출장시(J2리그의 경우 900분 이상) 자동으로 B라이센,스(연봉은 C라이센스와 동일하게 최대 480만엔으로 제한됩니다. 단, B라이센스 계약제의시 해당 선수는 타팀으로의 이적 요구가 가능합니다.)나 A라이센스(여기엔 연봉 제한이 없습니다. 단, C라이센스에서 A라이센스로 재계약시, 첫해 계약 연봉은 최대 900만엔으로 제한된다고 합니다.)로 재계약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있지요.

원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1-3 プロA契約・プロB契約
①契約締結条件
次のいずれかを満たすことをプロA契約およびプロB契約の締結条件とする。
(1)試合出場
◆J1  :  450分
◆J2  :  900分
◆JFL : 1,350分
※試合出場時間は公式記録によるものとする。ただし、出場時間が1分未満の場合(記録上は0分)は、1分としてカウントする。
(2)プロC契約3年経過

요컨대 갑이라는 선수가 C라이센스로 입단해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 25인 로스터 안에 들고 1시즌동안 J1 정규리그 경기를
450분 이상 소화했다면, 해당 팀은 갑 선수를 계속 정규리그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갑 선수와 무조건 A라이센스 내지 B라이센스로 재계약 해야합니다. 시즌 중임에도 말이지요. 재계약 하지 않고 C라이센스인 상태로 450분을 초과하여 경기를 소화토록 할 시에는, 선수는 팀에 이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의 존재가 J리그로 가는게 K-리그 드래프트 지명보다 돈을 더 번다는 주장을 타당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근거입니다. 즉, C라이센스라도 가서 활약만 잘해서 J1리그 450분 이상만 뛰면 A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고 A라이센스만 받으면 돈버는건 시간 문제라는게 J리그로 어린 선수들을 내보내는 에이전트들의 주장인 것이지요.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것이, J리그 팀들이 일부러 C라이센스 선수들은 정규리그는 1시즌 450분 이하로만 출장시키고 천황배와 같은 비정규 대회에 풀타임을 소화시키며 재계약 강제 규정을 회피하려는 얍삽(?)한 짓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설령 450분 이상 뛰어서 A라이센스 계약에 성공한다 해도 A라이센스 선수에게 몇천만엔 씩 쥐어줄 여력이 되는 팀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 조항을 통해 K-리그 드래프트 신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데 성공한 선수가 몇이나 있을지 저로서는 의문입니다.

실제로, J리그와 J2리그 팀들 중 재정상황이 상상 이상으로 열악한 팀이 많기 때문에, A라이센스 선수임에도 연봉 300만엔 ~ 500만엔 정도만 받고 뛰는 선수가 허다하다는 점, 2010 시즌 현재, J리그로 2006년 이후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떠난 수많은 한국 선수 중 2010시즌 J리그 연봉 top 50 랭킹 안에 드는 선수는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살필 때, C라이센스로 J리그에 간 선수 중, K-리그 1순위 지명 신인보다 현저히 많은 돈을 버는데 성공한 선수은 여태껏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혹여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것 같아 J리그 연봉 top 50 랭크에 포함된 한국 선수 및 K리그 출신 선수를 나열해보았습니다.
모두 K리그에서 실력을 검증 받은 후 J리그에 진출해 잭팟을 터뜨린 선수들 뿐이지, J리그 밑바닥 부터 시작해 자수성가(?)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는 점을 확인하실 수 있을껍니다.

10위 조재진 (G오사카) 1억엔
15위 이근호 (이와타) 8500만엔
28위 곽태희 (쿄토) 7천만엔, 이정수 (카시마, 중동행 이전까지 7천만엔)
이외 마토(5500만엔), 뽀뽀(6000만엔), 제칼로(7500만엔, 7월 방출..), 보티(7000만엔) 등

K-리그에서 활약 후 J리그로 건너간 선수들도 연봉 top 랭킹 5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더군요.

3). 선수 생활 하기가 J리그가 더 편하다.
J리그 팀들의 하루 훈련량은 2시간 정도이며, 그 외 시간은 자유시간이라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어린 축구 선수들에게 퍼져있습니다. 이 소문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한국 축구의 일반적인 훈련 문화에 비하면 J리그는 자율적이고 체계적이며 또한 선수를 우선시하는 훈련 문화가 갖춰져있다는걸 부인하긴 어렵겠지요. 이는 J리그에 간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점이니까요.

맨날 쥐어박히고(며칠전 Y군에 놀러갔다가 그 동네 군민운동장으로 전지훈련을 온 S중학교 축구부 애들을 뺨을 감독이 쥐잡듯이 후들겨 패더군요 ..) 기합받고 하루 8시간 이상 훈련하는 한국 학원 축구 시스템에 지칠대로 지친 어린 선수들에게 J리그 훈련 문화는 하나의 유토피아임에 분명할 것입니다.

때문에, 최소한 (3) 번의 논거에 대해서는 저도 반박하기 어렵네요 '-' ; 다만, J리그가 한국 선수들에게 편안한 일자리와 훈련 환경을 제공하려 자원봉사하는 기관도 아니거니와, 자율적 훈련에 대해선 성과라는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단순히 편하게 운동하는게 좋아서 자신의 미래를 담보잡고 푼돈에 해외로 나가는건 너무 위험하지않나 싶기도 합니다. 어차피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선수 본인들이 져야하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4). 지인들의 권유
선수들 주변을 에워싼 가족, 친척, 에이전트, 학원 축구계 인사들, 감독 대부분이 기회만 되면 해외로 나가는게 최고라고 말하니, 당연히 선수들은 그게 옳은 것인줄 알게되는 것이죠.

그러나 J리그에 정통한 몇분을 제외하고, 소위 선수의 지인을 자처하는 이들중에 J리그 규정을 한 번이라도 살펴본 사람이 몇이나 될지 그리고 현실을 제대로 알고 선수들에게 의미있는 충고나 권유를 할 이가 몇이나 될지는 의문입니다. 그저 '카더라 통신' 수준의 사탕발림의 무한 반복일 뿐이니까요.

5). J리그에 대해 우호적인 언론, 축구인, 그리고 네티즌
모 감독의 J리그 2군 연봉이 K리그서 받는 선수 연봉의 2배라더라 언급 기사
http://stoo.asiae.co.kr/news/stview.htm ... 4434976132
일련의 축구인들의 J리그 유망주 유출에 대한 언급 기사
http://www.kufc.or.kr/bbs/board.php?bo_ ... 2&wr_id=15

위에 열거한 링크를 따라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위 기사에서 'J리그가 K리그보다 낫다' 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현재의 한국축구를 떠받치고 있는 대표적인 축구인 들입니다. 이들의 발언 하나하나는 저같은 일개 축구팬보다 훨씬 더 큰 파급효과를 가지며, 거의 한국축구계의 공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분들이 J리그와 하등 인연이 없었음에도 J리그에 대해 언급을 하며 '당연히 J리그가 K리그보다 낫지' 라는 주장을 한국 축구의 공의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계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는 이따위 질문을 J리그와 하등 상관없는 분야에서 활약하고 계신 이들에게 던진 기자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나는 J리그 경험이 없거니와 잘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기 곤란하다.' 고 선을 그어야 함에도 언론이 원하는 결론을 내려주는데 본의아니게 공범 노릇을 하고 계신 셈입니다.

이처럼 J리그에서 선수생활을 비롯한 직간접적인 경험없는 이들이 J리그에 바치는 찬사가 덧대어지는 한편에선, 정말 J리그에서 부딪히며 고생했던 진짜배기 J리그 경험담이나 충고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아이러니가 현재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짜 필요한 말은 묻힌다고 해야할까요? 오장은 선수가 J리그 경험과 J리그로 진출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남겼던 충고 기사는 이제 원문 기사를 검색하기도 어렵군요. 하는 수 없이 블로깅 된 글로 대신할까 합니다.

(J리그행 추진하는 후배들을 향한 오장은의 조언)
http://blog.naver.com/dhkdql1989/140056396157

이렇게 언론이 어떻게든 'J리그는 K리그보다 우월하다' 는 류의 기사를 축구인들을 허수아비 삼아 양산하는 이유는 네티즌들의 반응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에 모선수의 J리그로의 유소년 유출은 어쩔 수 없다 운운하는 기사는 여러 매체로 퍼날라져서 네티즌들의 관심 뉴스로 오르며 수많은 댓글을 양산하고 있지만, 오장은 선수의 조언 기사는 원문 기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묻히고 네티즌들의 관심 밖에 내팽겨쳐져 버렸지요.

네티즌들의 수요에 충실해야하는 잘나신 언론들의 특성을 고려하건대, 결과적으로 J리그를 그네들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애써 우월하게 만들고 애써 우리 K-리그를 폄하하는 주요인은 그런 기사에 열심히 클릭질과 댓글을 달아주는 소위 한국 축구팬을 자처하는 우리 네티즌들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기다 'K-리그 드래프트는 전년도 리그 최하위 부터 지명케 한다더라' 류의 허위 정보를 댓글로 양산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댓글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언론의 허섭한 기사와 축구인들의 생각없는 말 한 마디, 이둘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 폭발은 어린 축구 선수들에게 역시 J리그가 최고구나. J리그로 가야겠다. 라는 생각을 더 공고히하게 만드는 하나의 근간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부산빠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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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시: 2010년2월19일(금) 13:17

쟁점 2 : K-리그에서 드래프트를 폐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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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2 : K-리그에서 드래프트를 폐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쟁점에서, 제가 취하는 방법은 K-리그 드래프트를 폐지할 때 도입될 '자유계약금 제도' 에서 K-리그의 중심세력, 즉 구단들이 직면하게될 문제가 무엇이기에 이들이 드래프트 제도를 폐지하지 못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합니다.

1. 학원축구 관계자와 프로팀 관계자의 커넥션
일단 아래의 링크 기사를 읽어보시면 보다 명료하게 이해가 가능하실 것입니다.
http://sports.media.daum.net/soccer/new ... 9&p=yonhap
(2007년 4월 기사입니다만, 사건 시점은 2003년 ~ 2006년, 즉 자유계약제 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 참고로 말씀드리면, 2006년은 K-리그 드래프트가 부활한 해이나 2005년에 이미 계약금을 지불하고 선계약을 체결했던 선수들은 우선지명 형식으로 구단에 입단 가능토록해, 2006년은 자유계약제와 드래프트의 과도기 형태에 있었습니다.

간단히 위 기사를 요약하면 모대학 축구부 김모군을 비롯한 수명의 선수가 프로팀 입단을 확정지으면서, 그 대가로 해당 대학 축구부 감독을 비롯, 체육부 임원진들에게 수억원의 사례금을 지불한 것이 적발되어, 감독, 체육부장 등 수명이 구속된 사건입니다. 학원 체육계에서 흔히 있는 사례입니다만, 이 사례를 특별히 언급한 이유는 '프로 이적 동의 대가'로 수억의 사례금이 뿌려졌다는 점, 학원 축구계 뿐만 아니라 프로 팀 스카우터까지 돈을 상납받은 커넥션이 일부나마 발각됐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 커넥션을 예시를 통해 쉽게 구조화시키면 이렇습니다.
1) A라는 대학 선수 부모가 B 대학 축구부 측에 최소 몇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을 로비
2) B 대학 축구부 감독 외 축구부 관계자들은 로비 자금 중 상당부분을 자신들이 수령하고,
잔여분을 프로팀 스카우터 및 프로팀 관계자들에게 상납하여 로비
3) 스카우터 및 프로팀 관계자는 A선수를 자신들의 프로팀에 계약하도록 유도, 특히 A선수를 일반적인 평가 수준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로 부풀려 계약금을 몇억원씩 주며 장기계약하도록 유도함.
4) 결과적으로 A선수는 계약금 2~3억, 연봉 4~5천만원 계약기간 3~4년 이라는 매우 좋은 계약에 프로팀에 입단
5) A선수 부모측은 A선수의 프로 이적 동의 대가 및 축구부 발전기금 명목으로 사례금 상납. 수령.

자유계약제 하에서 계약금 수천만원에서 최대 3억, 평균 1억 전후의 계약금을 받으며 화려하게 입단했던 신인들 대부분이 위와 같은 커넥션으로 입단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로비자금이 크면 클수록 프로 입단 계약금이 커진다는걸 안 학부모들은 앞다투어 축구인사들에게 로비를 해댔고,이에 신이 난건, 대학축구 관계자들과 프로팀 관계자들 이었던건 불보듯 뻔한 일이지요.

주인인 기업 구단들의 지원 자금은 눈먼 돈에 지나지 않았기에, 대리인인 프로팀 스탭진들은 신인 입단 계약에만 적게는 십수억, 많게는 4, 50억의 돈을 해마다 퍼부으며 돈잔치를 해댔습니다. 돈잔치를 하면 할수록 자신들의 주머니는 상납 자금으로 두둑해져 갔던 것입니다.

제가 일개 사례를 가지고 과잉해석한거 아니냐고 판단하실 분이 있으실까봐 첨언하자면, 위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대학 축구부 감독은 대학 축구계에서만 최우수 지도자상을 수차례 수상했던 대학축구계의 중견 인사였습니다. 거기다, 이들에게 돈을 상납받고 신인 선수의 계약금을 높게 책정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스카우터는 6,70년대 국가대표 선수로 A매치만 수십차례를 소화한 대한민국 축구계의 대표적인 원로이고, 모 프로축구팀의 창단 감독이기도 하며 K-리그 1세대 스카우터로 군림했던 거물급 인사였습니다. 거기다 모 해설위원을 주축으로 한국축구의 문제를 수시로 비판하고 성토하였던 한국축구연구소의 자문 위원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축구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을 성토하는 주체가 오히려 문제의 근원이었다는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대한민국 축구에서는 현실이었던 겁니다. 여기에 올해 초, 내셔널리그의 모 팀 감독이 같은 문제로 기소되어 감독직을 사퇴하는 등, 이 문제는 단지 2003~2006년의 문제가 아니라 엄연히 현재 진행형이란 점은 오싹하기까지 하죠..

어찌되었든 2002 ~ 2005년까지, 4년동안 대학축구-프로축구-학부모 3주체가 벌인 완벽한 커넥션을 구단주 등 구단 수뇌부들도, 얼마안가 인지하게 됩니다. 결국 구단주들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사유가 결합된 결과였지만 '드래프트를 부활함이 억대의 로비자금이 오가는 자유계약금제의 병폐를 축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드래프트 제도가 부활시키게 됩니다. 당연히 대학축구계와 프로 축구계 인사들 (특히 몇몇 감독들을 포함해서)은 목숨걸고(?) 반대했습니다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죠.

즉, 비리의 온상이 되버린 대리인과 이들에게 어쩔수 없이 돈을 대야하는 주인간의 신사 협정(?)을 통한 문제 봉합 수단이 드래프트 제도였던 겁니다. 적어도, 1순위 5천만원 지명 받겠다고 수억원을 로비할 학부모는 없을테니까요 -_-;

2, 과대 평가된 신인 선수
위에서 밝혔듯 자유계약금제도 하에서, 수억원의 계약금, 최소 3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통해 입단하던 신인 선수들이 바로 K-리그 주전으로 등극해 대활약하고, 구단을 후원하는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는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해준다면야, 기업들도 수억원의 계약금 지불할 용의가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럴리 없죠..
데뷔 시즌에 곧바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며 국가대표로도 발탁되며 깜짝 스타가 되는 선수는 1시즌에 많아야 1~2명에 불과합니다. (올시즌도 윤빛가람, 지동원 이 두 선수뿐이죠.) 그러나, 자유계약금제도 하에서는 이 1~2명의 있을지도 모르는 A급 선수들에게나 지급될만한 1인당, 1억 남짓한 계약금이 A급인지 B급인지 분간도 어려운 수십명의 선수들에게 매해 K리그 각팀에서 지급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1군 주전도 제대로 꿰차지 못한채 2군에서 허송세월을 보내거나, 입단 당시의 기대는 온데간데없이 쥐도새도 모르게 방출되곤 했지요. 일일이 열거하자면 한도끝도 없습니다. 이런 선수들의 과포화는 구단들에게는 고스란히 구단 운영자금 확대와 적자 재정으로 이어졌음은 명약관화한 일이죠. 실제로 모구단 직원의 말을 인용하자면, 2004년, 2005년 K-리그 각 구단들의 인건비는 각 구단 예산의 90%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그 중 1/3 정도는 외국인 선수에게, 1/3 정도는 각 팀 주전급 선수들에게, 나머지 1/3이 신인 선수들의 계약금과 연봉으로 나갔다고 하더군요. 이 때문에, '만약 K-리그가 자유계약금제도를 계속 유지했다면 3~4년 내로 망하는 구단이 나올 거라는게 당시 전반적인 의견이었습니다. 이런 위기의식을 구단들이 공유하게되면서 드래프트 제도와 승리 수당 폐지를 낳은 요인이 되었고, 현재는 인건비를 70% 대까지 줄인 구단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절감한 예산을 구단 마케팅과 유소년 팀 창단, 유소년 축구대회 후원 등에 돌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부분은 직원분 말을 거의 인용했습니다.)

이처럼 과대 평가되는 신인과 이들에게 계약금을 경쟁적으로 지불하는 대기업 구단들간의 시장조절실패현상을 막기위해, 최고가격제의 상한선을 정해놓은 것이 드래프트 제도였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A와 B라는 대기업 구단이 있고, C라는 능력은 검증되지는 않았으나 장래가 촉망한 선수가 있음을 가정하고, 본래 C의 적당한 계약금이 5천만원이었다면, 참가자 A와 B는 '경쟁 기업 구단이 5천만원을 제시하면 나는 그 이상은 제시해야 선수를 사올 수 있겠지'하면서 서로 경쟁적으로 계약금을 높게 불러댄 결과, 선수의 가치가 과대 평가되는 것이 시장조절실패현상이라면, C의 적당한 계약금은 5천만원이니 이 이상으로는 계약할 수 없다고 정해놓는 것이 최고가격제, 즉 드래프트인 것입니다. 결국은 구단들 입장에서는 공인된 최고가격제를 통해 자신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죠.

3. 기업구단의 전력 약화와 시민구단의 성적 상승.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자유계약제 시절에는, 돈을 많이 쓰는 기업구단일수록 오히려 성적이 저조하기가 십상이었고, 상대적으로 빈약한 재정인 시민구단이 돌풍을 일으키기가 용이했습니다. 2003년 대전 시티즌의 화려했던 시절이 그러했고, 2005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통합리그 1위와 대구 FC의 후기리그 1위가 그러했죠. 반면 드래프트 제도 도입 이후,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의 성적 양극화 현상은 단언하기는 어렵겠지만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민구단 관계자들은 드래프트 제도 도입 이후, 좋은 선수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여기서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들이 있을거 같네요.

'아니, 드래프트를 실시하면 쓸만한 신인 선수를 계약금 경쟁 없이도 싼값에 데려올 수 있으니 드래프트가 시민구단에게는
득이 되는거 아닌가? 오히려 자유계약금 시절에는 쓸만한 신인 선수를 영입하기 어렵지 않았는가?'라고 말이지요.

그러나 자유계약금 시절, 시민구단들은 좋은 신인을 뽑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신인을 뽑을 수 없기 때문에 오는 특혜를 한껏 누릴 수 있던 황금기를 보냅니다. 설명하자면, 대기업 구단들은 신인 선수 계약금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퍼부은 나머지, 억지로라도 고비용을 들인 신인을 써야하는 상황이 직면하고 말았습니다. 계약금만 몇억씩 쥐어주고 데려왔는데 2군에 뛰게 하기에는 너무 아까우니까 1군 벤치에라도 앉히고 1분이라도 K-리그 그라운드를 밟게 하는 것이 이득이라 본거죠. 덕분에 15, 16살짜리 중학생 나이의 선수들이 경쟁적으로 프로 데뷔전을 치루는 현상이 벌어졌던 것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실겁니다.

문제는 이처럼 고정비용이 큰 신인들을 억지로라도 기용해야 했기에, 상대적으로 주전을 차지하기에는 애매하고, 그럼에도 돈은 제법 받는 편인 로테이션급 정도의 대기업 구단, 고참 선수들이 대거 신인 자리 채워주기에 밀려 1군 후보 선수에서 2군 신세로 전락했고, 결국 헐값에 매물로 내놓이게 됩니다. 이를 시민구단들이 대거 영입한 것이죠. 이런 선수들이 최윤열, 이경수, 김종현, 박철, 김정수, 송정현, 임중용, 김학철, 김현수 등이었습니다.

이들과 같은 고참 선수들을 영입해 프로 선수로서의 자세와 마인드를 시민구단 선수단 전체에 이식하는데 성공했고, 자신을 버린 기업구단에 매운맛을 보여주려 이를 악물고 뛰었던 해당 선수들의 투혼으로 시민구단의 성적은 반등하게 됩니다. 부천 SK, 부산 아이콘스 (;ㅁ;) 등 기업구단 팀중 몇몇 팀들이 시민구단보다도 하위권으로 처지게 된 시점이 바로 이때, 고참 선수들의 시민구단 러쉬 이후의 일이었지요.

반면 대기업 구단들이 억지춘양으로 밀어붙였던 신인 키우기는 대부분 실패하고 해당 신인들은 2군으로 추락. 결과적으로 대기업 구단의 2군은 고만고만한 어린 장기계약선수로 가득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치곤란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기존 로테이션급 선수들은 이미 다 시민구단을 떠났으니, 베스트 11 중 하나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그대로 성적이 급전직하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해졌죠.

그제서야 대기업들은 자유계약금제도가 대기업 구단에 극도로 불리한 제도임을 절감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대기업 구단의 상생(?)을 위해 도입된게 드래프트 제도였던 것이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시민구단들은 싫지만 어쩔수 없이 드래프트 제도를 받아들여야 했던 것이라 판단이 되네요.
부산빠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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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시: 2010년2월19일(금) 13:17

결론 : 드래프트는 폐지되어야 하는가? 존치되어야하는가?

포스트 by 부산빠냥꾼 »

결론 : 드래프트는 폐지되어야 하는가? 존치되어야하는가?

이상, K-리그가 드래프트를 폐지할 수 없는 이유를 자유계약금 제도에서 벌어졌던 문제가 어떤 것이 있었는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풀어내보았습니다. 이제 결론을 내려야되는데...시간이 늦어서, 그리고 결론으로 쓸말도 마뜩치 않아서 -_-;;
여기까지만 쓰고 자야겠습니다. 그래서 책임 회피 같지만, 결론, 드래프트 존치되어야 하는가? 폐지되어야하는가? 에 관한 여러분의 의견 및 결론을 자유롭게 리플로 제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 한 사람이 고민해 내놓은 결론보다 여러사람의 의견이 모인 열린 결론이 더 낫겠지요 '~'..
칫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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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시: 2010년1월10일(일)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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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가 과연 핵심인가?

포스트 by 칫통 »

냥꾼이횽이 글을 올린지 한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글정리만 하고 코멘트를 남기지 않았는데..
좀 정리할 시간이 필요 했습니다. 아직도 정리가 안되고 있네요..ㅠ.ㅠ

쟁점1. J리그 행에 대해서는 이곳에서 많이 얘기 나눴던 부분이니 별 이견은 없을 듯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J리그 행이 절대 우유와 꿀물이 흐르는 곳이 아니다. J리그는 K-리그보다 훨씬 성공하기 어려운 리그이며 J리그에서서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전부 K-리그에서 인정 받았던 국대급 실력의 선수이다. 선수들에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필요하다..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 하구요.

쟁점2 드래프트 존폐에 대해서는 좀 더 이야기 나눠야 할 듯 합니다.
약간의 오류도 좀 보이고..문제점을 크게 2가지 정도로 나눠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드래프트제와 자유계약제 라는 양갈래에 대한 선택에 관한 논란으로 이야기가 흐르는데 사실 2000년대 들어 이 문제는 드래프트와 자유계약의 양단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2가지 사안이 중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적정 계약금은 얼마냐 하는 문제
2. 선수수급 방식에 대한 문제

크게는 이 2가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할터인데..솔직히 요즘 바쁘기도 하고 더위도 먹고 해서 아직도 정리가 안되고 있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문제 하나씩 하니씩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칫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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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시: 2010년1월10일(일)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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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의 폐지는 드래프트와 상관이 없습니다.

포스트 by 칫통 »

전혀 상관이 없다가 아니라 폐지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다가 적절할 듯 합니다.

드래프트제도와 자유계약금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놓친 부분이 있는데 드래프트제도는 2006년에 부활했고 계약금제도의 폐지는 2005년 시즌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 ... _ID=275440

드래프트제도가 없던 2005년에 입단했던 박주영, 이근호 등의 선수들은 계약금 없이 최고연봉 5000만원만 받고 자유계약했습니다. 그러니까 드래프트제도가 폐지된다고 해도 계약금은 별개라는 겁니다.

2005년에 계약금을 폐지하게 된 이유는 크게 2가지 때문이었죠.. 드래프트제도 도입의 명분이었던 과당경쟁 방지도 있습니다만..가장 큰 이유는 로컬룰을 국제룰에 맞추기 위해서 이지요. 보스먼 판결에 따라 계약기간이 끝난 선수에 이적료발생하지 않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였지요. 사실은 국제룰을 핑계로 계약금을 없애려고 했는거지만..ㅎㅎ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2가지 이유에서 도입된 계약금 폐지가 2005년도 선수에게는 모두 해당사항이 없었습니다. 2005년도에 입단했던 선수들의 경우 해외 이적할 때는 국제룰이 적용되었지만 국내 이적시에는 그대로 로컬룰이 적용되어 이적료를 지불해야 했으니..계약금을 없앤 의미가 없었고...또 서류상으로는 계약금없이 연봉 5000만원에 입단했던 박주영선수는 포항의 브라질 유학 지원금(5000만원)을 갚고 나면 0원이 됨에도 불구하고 GS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면계약으로 GS그룹에서 모교인 고려대학교 운동장 건설 스폰을 해줬다거나 CF출연료 명목으로 몇편을 미리 계약을 맺었다던가 부모님에게 주유소 영업권을 줬다던가 하는 여러 소문이 돌만큼 허울뿐인 계약금 폐지였으니..

그래서 결국 자유계약제 하에서는 이면계약의 방식으로 뒷돈이 거래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로 드래프트제도가 도입되게 된거죠. 그러니까..계약금 없는 자유계약제 혹은 상한선있는 자유계약제가 이면계약을 통해 무력화 될 수 있기 때문에 계약금없는 드래프트제도가 만들어진거지 드래프트 자체가 계약금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 김종부파동 이후의 드래프트제도에서는 드래프트후 계약금협상을 통해 계약금을 지불했었습니다(상한선 1억원). 선수들이 드래프트에서 완산푸마를 꺼려한 이유중에 하나가 이 계약금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였죠.

그러니까 자유계약제를 허가하고 계약금 상한선을 정하자는 얘기는 2005년 박주영 사건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20년전에 계약금 상한선 1억원도 너무 낮아서 홍명보, 노정윤, 황선홍 등의 선수가 드래프트 반대했는데..지금은 과연 얼마를 상한선으로 해야 적정선일까요??
칫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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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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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라면 2012년 드래프트에서는 1,2부팀들에게 배정하기 힘들므로 없어져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 없는거 보니..
드래프트 폐지보다는 어쩌면..2013년 1,2부제를 못할 수도..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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