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K리그 드래프트 시행으로 인해, 한국의 고교 내지 대학교 축구 선수들이 J리그 유출이 늘어난 것인가?'
'J리그는 과연 K리그보다 돈을 더 많이 주는것인가? (신인기준으로)'
'J리그의 환경이 K리그보다 우월하다는 논리는 사실인가?'
이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합니다.
우선, 현재 스포츠 언론을 필두로 하여, 지속적으로 주장되고 있는 주제 관련 논지를 개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어린 선수들의 해외 진출(특히 J-리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드래프트제도'와 J-리그와 달리 한국 유망주에 관심없는 K-리그 클럽의 태도때문이다.
선수들이 프로에 발을 들이기위해서는 드래프트 제도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것마저도 바늘구멍이다. 매년 드래프트 장에는 선택받지 못한 수많은선수가 고개를 떨어뜨리며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니 자연스레 상대적으로 프로 진입이 용이한 일본 진출로 방향을 선회한다.
J-리그 클럽이 제시하는 돈은 1순위로 뽑혀도 계약금 없이 연봉이 단돈(?)5,000만 원에 불과한 K-리그와 달리 조건도 훨씬 좋기 때문에 선수의 입장에서는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평생 축구에목숨을 바친 선수의 입장에서는 시쳇말로 돈도 덜 주고 선택받지 못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드래프트 제도에 굳이 도전할 이유가사라지기 때문이다. >>
이 기사에서 크게 벗어나는 내용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언론들은 주기적으로
'드래프트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한국 유소년들의 J리그 진출이 늘고 있다.'
'일본 진출이 프로 진입에 보다 용이한데 비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J리그 클럽이 제시하는 돈과 조건은 K리그보다 훨신 좋다.'
같은 논지와 같은 결론으로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과연 옳은 분석일까요?
이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제시하는 자료는, 09년 J리그 규정집의 자료입니다.
(원출처는 http://www.j-league.or.jp/aboutj/2009pdf/22.pdf)
원문이 일어인 관계로 한역된 자료를 긁어왔습니다. (http://elofwind.net/tistory/665)
어쨋든 위 링크들 눌러서 살펴보시고 ㅎㅅㅎ.
J리그의 선수 연봉 지급에 대한 일종의 샐러리캡으로서의 규정입니다.
이 도표 아래에 다음과 같은 조항들이 첨부되있습니다.
1-5 외국인 선수
①등록 수
프로계약을 체결한 외국인선수의 등록은 1팀 3명이내(이하 '3명제한'이라 함)로 한다. 단, 밑의 (1), (2)에 해당하는 경우는, '3명제한'을넘어서 등록할 수 있지만 어느 경우도 외국인 선수의 등록 인수의 총수는 JFA의 규정으로 인정되고 있는 5명 (이하'5명제한'이라 한다)을 넘을 수 없다.
(1) 아마추어 선수 또는 20세 미만의 프로C 선수
(2) 아시아 축구 연맹(AFC) 가맹국의 국적을 가진 선수 1명(단 J리그에 소속된 클럽에 한함) 또 클럽이 외국인
선수와 계약만을 체결하고 등록하지 않은 경우 사전에 소속한 리그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②등록 수의 예외조치
다음 조건을 구비한 선수는 사전에 소속한 리그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 한해 '3명 제한' 또는 '5명 제한'의 대상 외로 한다.
단, 어느 경우도 외국인 선수의 총수에서 5명을 넘어서 등록할 수는 없다.
(1)아마추어 또는 프로C 계약의 외국인 선수가 연도 도중에 프로C 계약 이외의 계약에 이행하는 경우, 그 연도에 한해 '3명제한'을넘어서 등록할 수 있다. 단, 외국인 선수의 총수에서 5명을 넘어서 등록할 수는 없으며 또 사전에 소속한 리그의 승인을 얻어야만한다.
(2) 부상, 질병 등에 의해 연도 중에 복귀가 불가능하다 인정받은 선수에 대해 사전에 소속한 리그의 승인을 얻은 경우 그 년도에 한해 프로계약을 유지한 채로 등록을 말소하는 것이 가능하다.
③계약서식
클럽은 외국인선수와 프로계약을 체결할 경우 통일계약 또는 그에 준하는 계약에 의해 체결해야만 한다.
④외국인 선수와 프로C계약을 맺을 때의 주의사항
상기②에 기술되어 있는 프로C선수의 등록에 관한 우대조치는 실적이 없는 약년층 선수와 계약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예외적취급으로서 인정된 것이다. 따라서 그 계약을 위해 계약금, 이적금 그 외 다액의 경비를 요하는 것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이 규정의 의미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일단 논의를 분명히 하기 위해, J리그에는 선수와 계약시 프로 A,B,C 계약이 존재하며, 이는 외국인과 일본 국내 선수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약임을 전제합니다. 근데 여기서 외국인 선수의 경우, '3명+아시아쿼터 1명' 만이 프로 A계약에 준하는 선수로 대접을 받습니다.
즉, 1팀당 25명으로 제한되는 프로 A 계약은 외국인 선수에게는 오직 4명만이 허용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외국인 4명으로 팀전력을 채우라면, 세상의 어느 감독이라도, 모두 즉시 주전감 외국인, 최소 브라질 리그에서 검증된 선수 내지는 한국 선수라면 K리그에서도 각 팀의 핵심주전급으로 뛰던 선수에게만 프로 A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K리그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의 유소년 선수들은 사실상 모두 프로 C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관행을 깨고 유일하게 프로 A계약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선, 박주호 선수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선수가 있다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프로 C 계약은 어떤 대우를 받는가. K리그 드래프트 지명보다 대우가 나은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K리그 1순위 지명급 대우는 고사하고 K리그 5순위 지명급 선수 대우만도 못한 대우를 J리그에서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J리그는 규정으로, 프로 C 계약 선수 특히, 외국인 선수의 권익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위 표에서 적시하였듯이, 프로 C 선수의 연봉은 연간 최대 480만엔입니다. 계약금과 이적료는 어떨까요?
④외국인 선수와 프로C계약을 맺을 때의 주의사항
상기②에 기술되어 있는 프로C선수의 등록에 관한 우대조치는 실적이 없는 약년층 선수와 계약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예외적취급으로서 인정된 것이다. 따라서 그 계약을 위해 계약금, 이적금 그 외 다액의 경비를 요하는 것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이 조항의 존재로 인해 계약금과 이적료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작습니다. (이적료가 5~600만원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출장수당은 위 표에 나왔듯이, 최대 출장 수당은 정규 리그 1경기 출장당 5만엔입니다. 승리수당도 10만엔을 상회하고요. 그렇다면 프로 C 라이센스가 쥐머질 수 있는 돈은 최대 480만엔이 한계입니다.
환율을 100엔당 1200으로계산하더라도 5760만원이 연봉의 상한인거죠. 최대 5760만원이라는거지, 이것보다 안 준다고 뭐라 할 수 도 없습니다. 여기에 외국인에 대한 고세율을 부과하는 일본의 환경을 감안하면 K리그 드래프트 1순위 연봉인 5000만원 쪽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구단이 외국인 선수 세금을 대신 내준다거나 하는건 EPL 특급 선수에게나 적용되는 사치죠.)
여기에 더 놀라운것은, 프로 C 계약 선수들은 최소 3년간은 연봉 480만엔을 넘겨서 재계약할 수 가 없습니다.
즉, 프로 C 선수는 3년동안 480만엔의 장벽을 넘어서선 안됩니다. 프로 A 계약을 맺을 만큼의 활약을 보여줘도 좋으나 싫으나 선수는 3년은 프로 C 계약을 감내해야 합니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이와 같은 프로 C 계약자에 대한 과도한 제약을 막기위해, J리그 규정에는 프로 C계약 선수가 정규리그의 60%이상의 경기를 소화했을 경우, 그 선수는 의무적으로 상위 프로 A 내지 B계약으로 갱신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자구책인 셈인데, 이 조항이 거진 실효성이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일단, 프로 C 계약선수가 정규리그 경기를 60% 이상 소화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설령 프로 C 계약선수가 정규리그 60%를 소화해 주전급으로 도약했다해도 이 선수가 곧바로 프로 A로 계약되는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프로 A계약 선수는 25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들이 할 수 있는건, 프로 B 계약이 최선입니다. (이건 인원제한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외국인 선수는 이같은 처방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골치 아파지죠.
즉, 외국인 선수가 프로C 계약이 아니라면 무조건 외국인 제한 3+1(아시아쿼터) 조항에 포함되어야 함을 J리그 규정은 명시하고 있으므로, 프로 C 계약 외국인 선수가 프로 B 내지 A로 올라가려면 해당 팀 외국인 쿼터가 한자리 비어있어야 됩니다.
시즌 중에 4인 주전급 외국인 중 한자리가 비어있을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간단히 정리하자면,
설령 프로 C 외국인선수가 팀내 핵심 주전급으로 도약한다 한들, 소속팀의 외국인 쿼터가 하나 비어있지 않으면, 해당 선수는 정규리그 60% 출장의 벽에 막혀서 더 이상 출장할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제도적 맹점을 악용하는 사례까지 발견되고 있지요. 이를테면, 정확히 정규리그의 60% 제한선 바로 안쪽까지만 주전으로 써먹고 이후부터는 의도적으로 출장을 시키지 않으며 프로 C에 묶어놓는 행태를 들 수 있습니다.
한국선수들이 주로 당해왔지요. J리그 상위권 팀들은 이정도로 치졸하게 일처리를 하진 않는 편이나, 하위권팀들이나 J2의 경우에는 이처럼 프로 C 선수들을 기만하는 술책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만약 운좋게 프로 C가 아니라 A계약으로 바로 입단한다고 칩시다. 또는, 프로 C 계약 3년기간동안 잘해서 프로 A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고 합시다. (박주호 선수의 경우처럼요.) 그래도 이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첫해 연봉은 최소 480만엔 최대 7백만엔으로 제한됩니다.역시 100엔당 1200원으로 계산하면 8400만원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4년동안 (프로 C계약 3년 + 프로 A계약 1년) 뛰면서 성공적으로 적응에 성공한 선수가 벌어들이는 돈은 (최대로 쳐서), 480*3 + 700 = 2140만엔(1200원으로 쳐서 약 2억 5천만원 정도)입니다. 여기에 출장 수당 과 승리 수당이 붙는걸 감안해야 겠지만요.(출장수당 정규리그 경기당 5만/ 승리수당 10만 안팎)
2140만엔 중 세금으로 약 30%, 생활비 등을 제한다면 과연 얼마나 남을지 저로서는 의문입니다.
첨언으로, 프로 A계약 2년차부터 연봉이 확 뛴다거나 그런 보상책도 J리그 규정은 막아놓았습니다.
2년차 연봉 지급 가능액수는, 전해(1년차)의 연봉에 몇% (대략 150%) 이상으로 인상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명시되어있기 때문이죠. 이러고도 J리그가 억만금을 주고 선수를 데려가려한다고 말하실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계약구조는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 선수들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외국인 선수에게는 한가지 더 제약이 있습니다. 특히 프로 C 계약으로 입단한 외국인 선수에게 씌워지는 굴레입니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는 팀 선수 명단 등록은 각 팀 당 5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아시아 쿼터의 도입 이후, 프로A 계약에 준하는 외국인 선수 4명을 쓰는 현 상황에서 프로 C계약 외국인 선수가 팀 선수명단에 등록 가능한 숫자는 1명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등록이란 말그대로 J리그 공식 경기를 뛸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선수를 의미합니다.
즉, 리그 개막전에 그 1명에 운좋게 들어서 등록되지 않으면, 다른 외국인 선수가 시즌 중 장기 부상 등의 이유로 명단이 교체 되지 않는 이상 프로 C 계약 선수는 J리그 공식 시합에 출장할 수 없습니다.
즉,프로C 계약을 맺어서 '입단'할 수는 있지만 '출장'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당연히도 출장 수당이나 승리 수당을 기대할 수 도 없고, 프로로서의 경험이나 실력 향상을 노릴 수 도, 물론 없습니다.
여기에 등록은 5명이나, 출장은 4명 상한이므로, 설령 등록이 되더라도 프로 A 선수와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여기에 3년간의 프로 C 계약기간이 끝나면, 프로 C 선수에게는 두가지 선택권밖에 없습니다.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3+1 로스터에 들 정도로 활약을 보여주어, 프로 A 내지 B 계약을 맺는데 성공하던가 아니면 짐싸서 나가던가.
(위에 규정을 다시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로 C 계약 선수 외의, 외국인 선수는 무조건 3명 + 아시아 쿼터 1명 로스터에 속해야만 합니다)
거기다 3년간의 프로 C 견습(?) 기간을 줄만큼 형편이 넉넉한 팀도 J리그에는 몇 안되는 편이라, 대부분의 J리그 하위권이나 J2 팀 절대다수는 프로 C 계약기간을 1년 전후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탕발림에 혹하여 일본으로 건너갔다 1년만에 소리소문 없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언론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지요.
자.. 그렇다면 이걸 보시고도,
뛰지도 못하는 프로 계약이 과연 한국보다 일본이 프로 진출이 용이 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러고도 일본의 축구 환경이 한국의 그것보다 좋다고 말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논의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드래프트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한국 유소년들의 J리그 진출이 늘고 있다. -> 지금까지의 분석을 토대로, 드래프트 하위지명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J리그를 진출하는 요인이 드래프트에 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유소년들은 이런 현실하에서도 J리그 행을 고집하는가?' 이는 뒤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2. '일본 진출이 프로 진입에 보다 용이한데 비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 진입은 용이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진입이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K리그보다 일본이 극히 낮습니다. 즉, 프로 경험을 쌓는데 일본은 결코 유리한 조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신인을 육성하는데 열심인 K리그 구단들보다 현격히 실질적인 프로 진입(1군입성)에 불리합니다.
3. 'J리그 클럽이 제시하는 돈과 조건은 K리그보다 훨신 좋다. -> 돈과 조건 모든 면에서 K리그와 잘해야 동등하거나 그 이하인 대우를 J리그 클럽들은 제시하고 잇습니다.
이렇게 소위 축구인들이 얘기하며 언론인들이 확대 재생산한 K리그와 J리그의 선수 대우 격차에 대한 일반화된 믿음은 만들어지고 재단된 허구라는 점을 주장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 하에 왜 선수들은 J리그 행을 고집하고 있으며, 어제 자 홍명보 감독의 기사처럼 '선수들이 K리그에는
관심도 갖질 않는 것인가' 이에 대해 아래에 계속 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