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승강제 논의의 역사적 배경
사실 승강제에 대한 논의는 생각보다 그 유래가 훨씬 오래된 주제입니다. 그 원류는 83년 한국프로축구리그(이하부터는 K리그로 통칭) 의 창단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가죠. 아시다시피, 한국에 첫 프로축구가 출범의 논의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80년 12월,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 스포츠 팀인 할렐루야 축구단이 창단되었고, 꼭 1년뒤인 81년 12월 유공코끼리 구단의 2번째 프로 축구팀 창단으로 프로리그 출범 논의가 한창 진행중에 있었습니다. 그리그 그 논의의 결과 83년 출범한 K리그의 구조는 프로팀과 실업팀이 혼재된 독특한 형국을 띄고 있었죠.
즉, 프로 2팀만으로 프로리그를 꾸릴순 없는 형국이었기에, 당대 실업리그(이하 코리안리그로 통칭)의 강호였던 국민은행, 대우, 포항제철 이상 3팀을 K리그에 참여시켜 총 5팀이 우승컵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시스템을 짠 것이죠.
국민은행 대우 포항제철이 83년 참가 당시에는 엄연한 실업팀이었고, 프로화는 이듬해인 84년 무렵에 마무리를 짓습니다. (국민은행은 84년을 끝으로 실업리그로 돌아갑니다. + 추가 : 초대 시즌 상무도 리그 참가를 했었으나 중도에 참가를 중단했던걸로 압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K리그가 출범할 당시 구상은 분명히 승강제의 틀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기존 코리안리그를 2부리그화 시키고, 83 초대 시즌이 종료된 시점에, 코리안리그 상위팀을 K리그로 승격시킨다는 것이었죠. 팀수가 불과 5개에 불과한 K리그의 협소성을 극복함과 동시에 실업리그와 K리그의 균형 발전 및 동기부여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듬해인 84시즌, 최우수 실업팀이었던 한일은행이 추가로 참가해 최초의 승강제가 제한적으로나마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85시즌에는 84 시즌 최하위팀이었던 국민은행이 실업리그로 돌아감에 따라 승강제의 모델이 어느정도 아귀를 맞아가는듯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양적 팽창과 겉으로 드러난 성과에 지나지 않았죠. 내부적으로는 프로팀과 실업팀간의 기량 차이와 알력 다툼, 졸지에 2부리그로 전락하고, 이도 모자라 알짜배기 팀들을 눈뜨고 코베이듯 빼앗긴 코리안리그의 반발, 83 초대시즌을 정점으로 해마다 눈에띄게 줄어가는 관중수등, K리그의 존립이 내부에서부터 뒤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85시즌 도중 사단이 납니다. 초대 K리그 챔피언이자 한국 최초의 프로스포츠팀이었던 할렐루야 축구단이 경영상의 어려움과 선교활동이라는 축구단의 존립 취지가 프로팀 운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프로 축구단 해체를 선언하고 아마축구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었죠.
이는 프로축구와 실업축구의 억지 동반자 관계가 일순간에 무너지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결국 86시즌부터는 실업팀이었던 제일은행을 코리안리그로 돌려보내고, 오직 프로팀만이 K리그에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수준높은 경기력 유지를 통한 관중 유치'와 '실업리그와 차별화되는 프로리그의 완전한 정착' 으로의 방향성을 정립하기에 이릅니다. 이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코리안리그와의 승강제는 없던 일이 되고 말았죠.
K리그 출범당시, 있었던 실험적이고도 혁신적인 시도들은 K리그의 인기가 국가대표 성적에 극히 의존하던 초기 단계의 한계와 밀어붙이기 식으로 실업리그의 희생을 강요하고 K리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파국 끝에 결국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이 시도들이 실패한 86년 이후, 약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K리그는 암흑기를 걸었죠..;;
2. 승강제가 오늘날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때문인가?
이런 아픈 과거의 기억과 최근의 잇단 승격 거부 사태의 재현등, 현 실업리그(내셔널리그로 통칭)와 K리그간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해결책은 요원해보이는 실정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지금 시점에서 승강제를 재차 거론하는 것인가?..
일단 제일 가는 이유는 AFC 회장인 암만 모사하드인지 뭣인지 하는 양반이 2012년까지 승강제를 갖추지 않은 리그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참가를 제한한다는 선언이 몇해전 있었고, 그 마지노선인 2012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점이죠.
그렇다면, 다음 시즌까지 K리그가 승강제를 갖추지 않으면 아챔 티켓을 제한하겠다는 얘기가 됩니다. 'ㅅ'a..
예전 같으면야 그깟 아챔 좀 안 나가고 말면 그만이지.. 할지도 모를 구단주들이었겠지만, 2006년과 2009년 한국팀들의 아챔 우승과 세계 클럽 챔피언쉽 참가를 통한 대외적 인지도 개선과 홍보효과 등이 어느 정도 수치화되서 검증됨에 따라, K리그 연거푸 우승하는것보다 아챔 나가서 우승컵 하나 들고오는게 낫다는 인식이 정립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결국 아챔 티켓 때문이라도, 승강제를 할 수 밖에 없는 묘한 요건이 갖춰진 것이죠. 아마도 늦어도 몇년 내로 승강제는 억지춘양으로라도 시도해볼 것이라는게 제 추측입니다.
3. 승강제의 모델은 무엇이 있고 각 모델의 장단점은 어떤 것이 있는가
제목에 적엇던 승강제 모델과 효과성에 대해 드디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서론이 좀 길었죠 ;;)
일단 이건 어디까지나 제 머릿속에서 구상해본 모델과 지인들간의 논의를 거쳐 현실성 있을법한 모델들을 한번 종합해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연맹측에서 구상하는 모델이 더 좋을 수 도 있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나름대로 구상하신 모델이 더 나을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는 거니까요 ^^..
(1). K리그와 내셔널리그간의 승강제
지금껏 계속 시도해온 모델의 반복입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K리그 측이 일방적으로 내셔널리그 측에 승강제 시행하라고 강요하는 형국이었다면, 이제는 K리그와 내셔널간의 견해차를 조정하여 양자 모두 수긍 가능한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죠.
일단, 내셔널리그 측에서 승강제를 가로막는 장애벽으로 흔히 주장하는 가입금(약 25억 정도던가요?)의 면제내지 완화 또는 분할 납부의 가능, 축구 발전기금등의 면제 내지 폐지 or 완화 등의 주제는 K리그 연맹측과 내셔널 연맹측이 협의하고 구단주 협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될 사항이라서 상당히 타협책을 찾기 어려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협의와 조정 과정을 거친 뒤에야라면야, 내셔널리그와 K리그간의 승강제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의 실마리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물론 다른 문제가 끊임없이 산적해있지만요 -_-; (프로화 문제라던지, 승격 거부시 제제의 정도를 명문으로 규정할 것인지, 규정한다면 어느정도까지 제제하여 강제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것인지, 현 K리그 팀들의 강등은 실현 가능한 것인지 등등)
하지만, 문제는 현재 가장 선결되어야할 내셔널리그와 K리그 연맹간의 협의 조정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
다들 눈치만 보고있습니다. 물론, 승강제는 해야겠고 해보자니 해결해야할 문제는 많고.. 아 하기 싫다 ~_~..이러는 마음이야 이해가 가지만 어차피 할꺼라면 얼른 하는게 나을텐데 말이죠.
아무튼 요 모델은 상당히 논의도 많이 되었지만 결론은 늘, K리그와 내셔널리그 연맹 양자가 적극적으로 협상 과정에 뛰어들지 않는한, 논의 자체가 의미없다로 항상 귀결됩니다. 특히, K리그는 어언 30년이 다되가는 프로리그요, 내셔널은 어디까지나 실업리그인데 양자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비현실적일지도 모를 일이죠.
하지만, 지금껏 끊임없이 승강제를 시도하면서 축적해온 연구(?) 성과가 나름 있다는 점, 현 내셔널리그 회장이 권오갑씨라는
점, 그래도 새판을 처음부터 짜는 것보다는 할 일이 적다는 점등을 고려해볼때, 단시일에 승강제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가장 실현성 높은 방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2) 한국형(?) 프리미어리그(이하 KPL로 통칭)의 창단과 K리그의 디비젼 2화.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특히 기존 1부리그의 폐쇄성과 이미지 악화 등을 극복하고 혁신하기위해 많이 시도된 방법입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 창단이죠. 저도 이쪽 사정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만, 헤이젤 참사와 힐스버리 참사 등을 겪으면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 리그의 자존심이 땅에 처박혔던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 대외적 이미지 쇄신과 잉글랜드 축구리그의 부활을 선언하며 창단한 것이 이름하야 프리미어리그였습니다. 기존의 1부리그 풋볼리그 1(division 1)가 2부리그로 격하되고, 기존 풋볼리그 1 팀들중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할 의사가 있었던 팀 22팀을 모아서 프리미어리그를 출범시킨 것이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단순히 이름만 바꾼걸 넘어서, 기존의 division 1과 차별화된 자금력과 제도적 기반 정착, 중계권 협상에서의 파격적 우대 등, 프리미어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하면서 명실상부한 영국 최고리그이자 유럽 최고 리그의 반열에 올라가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와 같은 선례를 K리그에도 적용하는게 어떠냐는 것입니다. 지금 K리그에서 상위 10여 팀 정도를 KPL로 승격의사를 물어, 1부리그 팀을 구성하고 하위 5개 팀 (상무 포함) 정도는 K리그에 잔류시켜 2부리그화 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간에 승강제를 벌이는 것이지요 .. 요컨대, 승강제의 문제는 '아무도 강등되고 싶어하는 팀이 없다.' 는데 있다면, '강등할 의사가 없는 팀들밖에 없다면, 상위리그를 하나 만들어서 올리면 되지 않겠냐?' 는 단순한 대답에서 출발합니다.
일견 간단해보이는 해결책이지만, 역시 현실화하는데는 문제점이 산적해있습니다.
우선, KPL를 창단한다 한들, K리그와 차별화가 가능하겠느냐는 점이죠. 즉, 잉글랜드의 경우 축구 종가 프리미엄에 원래 유럽과 전세계를 호령하는 강호 축구팀과 선수들을 보유한 동네였으니 프리미어리그를 만들어 천문학적 중계권료와 브랜드 효과의 극대화라는 당근이 하부리그 팀들을 꼬드기기 용이했다지만, 한국의 경우 이게 과연 가능한가의 문제입니다.
자칫 K리그나 KPL이나 팬들에게는 거기서 거기로 인식될 수 도 있죠. 이렇게 되면 굳이 2부리그에서 KPL로 승격을 원하는 팀들도 없을 것이고, 오히려 구단 운영 비용이 덜 드는 2부리그에서 승격을 안하려고 경쟁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도 있습니다. 기껏 KPL 만들어서 프로간의 승강제를 의도했는데 현실은 또다른 내셔널리그와 K리그간의 갈등의 재탕을 스스로 야기할 수 도 있는것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역시 KPL을 만들 정도로 한국프로축구의 근간이 성숙하고 중계권료도 한층 끌어올려져야 한다는 점이겠죠. 그러나 이게 쉽지 않다는건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다만 이 방안이 실현된다면, 실업리그와 원하지도 않는 동거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할렐루야 사태'의 재탕과 끊임없는 알력 다툼의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고, 지금은 실업리그에 있으나 엄연한 시청팀으로 가입비 부담만 좀 줄여준다면야 바로 법인화 프로화를 마치고 뛰어들 용의가 있는 몇몇 팀들(수원시청등은 이미 법인화를 끝냈죠)을 2부리그로 편입시켜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2부리그니까 가입비나 축구 발전 기금 납부 부담은 좀 줄여줄 수 있겠죠.
특히, 패배가 관성처럼 되버려 승부욕이 바닥을 치는 기존 하위권 팀들간 2부리그에서의 각축전은 팬층을 모으는데도 더 효과적일꺼라 생각합니다. 제가 부산팬이지만, 지금의 경기력과 성적으로 관중이 늘어나길 바라는건 솔직히 무리라고 봅니다.
차라리 2부리그에서 압도적 1위라도 달리면서 여론몰이 하는게 더 관중동원에도 좋고 저도 더 부산 경기 보기가 행복할거 같습니다 .. ^^... 물론 지금 스쿼드로는 2부리그 된다해도 1위가 장담될거 같진 않습니다만 -_-....
(3) 디비젼 2와 2군 리그의 결합
이 사안은, 디비젼 2를 별도로 만든다는 점과 하위권 팀 몇몇을 디비젼 2로 내려보낸다는 점은 (2)와 상동합니다.
다만, 이 방안은 디비젼 2에 현 2군리그의 참가팀들을 참여시키는 것이죠. 현재의 관중도 극소하고 지명도도 낮은 말 그대로 '축구를 위해 축구 경기를 하는' 프로 2군을 2부리그에 참여시키는 방법입니다. 여기에 시민구단 등 하위팀 3~4 팀 정도에 내셔널리그에서 디비젼 2 참가를 원하는 팀들을 모아서 약 12팀 정도로 2부리그를 짜는 겁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스페인 3부리그나 독일, 프랑스 하부리그를 들 수 있겠죠. 2군들이 2부리그에 참가함으로써 더 많은 주전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좋고, 기존 2군 리그에서보다 2부리그 참여가 더 많은 언론 지명도를 얻어낼 수 있어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도 됩니다. 여기에 기존 프로팀들은 추가 비용 부담 없이 2부리그 승강제를 완성할 수 있어 여러모로 이득일테죠.
하지만 역시나, 이 방안도 한계가 있습니다. 일단, 프로 2군 팀이 2부리그에서 우승해버리면 이 팀을 승격시킬 수 없다는 문제가 하나요, 2부리그의 자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둘입니다. 이는 무늬만 2부리그일뿐, 2군리그의 겉치레에 불과한 형국이 될 수 있죠. 2부리그 = 2군리그 이미지가 고착되면, 언론도 팬들도 2부 리그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프로 2군 팀이 계속해서 2부리그에서 우승해버리는 현상이 발생하면 2부리그에서 뛰는 시민구단들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집니다. (기업 구단 2군에 연패당하는 시민구단을 보러 찾아올 팬층이 많을거 같진 않으니까요)
(3)번 방안이 일단 당장에 승강제 시행하자고 한다면, 가장 편하고 단시일 내에 시행가능할 것 같음에도 그다지 시행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4) 디비젼 2의 창단과 기업구단들의 위성구단 창단
(2)와 전체적인 맥락은 동일합니다. 대신에, 파이를 늘리는 차원에서, 또한 2군리그의 한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기업구단들이 위성구단을 2부리그에 별도로 두는 형태이죠.
2군리그는 그대로 존치해서 흡사 야구의 재활군의 형식처럼 두되, 이외 기회를 얻지 못하는 후보 선수들이나 갓 1부리그에 입단한 신인 유망주들 내지 아시아쿼터등으로 영입한 어린 외국인 선수들을 장기적 관점에서 육성하기 위한 육성군을 2부리그 위성구단으로 임대를 보내는 형식으로 위성구단을 운영하는 겁니다. (FM에서 위성구단 개념을 모티프로 따온 거 맞습니다 ;;)
대신 위성구단과 2군 팀간의 차별성은 확실히 둬야겠죠. 위성구단은 중소도시와 연고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제 2의 프로구단으로 키우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를테면 수원삼성이 있다면 아산삼성 이라는 위성구단을 만드는 거죠. (몇해전에 아산에 삼성축구단이 생긴다는 루머가 잠깐 돈 적이 있었죠 ^^..)여기에 위성구단으로 임대된 선수는 여름 이적시장이나 겨울 이적시장등 제한적 시기에만 이동이 가능하고, 이동시 형식적으로나마 이적료를 지불케 하는 방안이 필요할듯 합니다.
시시때때로 위성구단 선수를 끌어올려다 1부리그에서 쓰면 2군하고 다를바가 없을테니까요. 위성구단은 현 K리그의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의 관계처럼 장래적으로 개별 구단으로 자생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해두고 육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게 잘만 된다면야, 중소도시에도 프로축구팀 창단을 확대하여 전국권 프로축구 향유층의 확보가 가능해지겠죠.
다만 문제로는, 과연 기업들이 위성구단 창단 의지가 있는지 여부인데, 현대가의 경우, K리그에만 3개팀을 운영하고 포스코의 경우도 2개팀을 운영하는 판국에 약 5~60억 출자로 위성구단을 창단하는건 상대적으로 용이할거 같습니다. (중소도시와 연고협약을 통해 시 체육회의 자금지원을 받아낸다면 운영자금 부담을 더 줄일 수 있겠죠.)
현재 수원 2군이나 GS 2군 등 대기업들의 2군 선수단의 연봉 및 계약금만 몇십억을 상회하는 현실에서, 각팀 잉여자원을 쇄신하고 위성구단을 통해 더 높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수 있음을 효과적으로 설득만 한다면 위성구단 창단이 생각보다 어렵진 않을꺼라 기대합니다. 정 안되면 내셔널리그 팀들을 인수해서 위성구단화 시키는 방법도 있겠네요.
4. 승강제 정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는가?
이상의 모델이 있다는 것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고, 그렇다면 굳이 아챔 티켓을 유지할 수 있다는 목적 말고라도
승강제를 정착시켰을 때 한국 축구가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1). 드래프트제와 계약금 제도의 이원화 가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드래프트 제도를 2부리그에 넘기고, 1부리그는 계약금 제도로 환원시킬 수 있을것으로 기대됩니다.
1부리그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기업구단들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지면, 계약금 제도가 드래프트 제도보다 자기 팀이 원하는 유망주를- 돈만 있다면야 - 확실하게 데려올 수 있어서 더 좋겠죠. 그렇게 되면, 에이전트들이 굳이 유망주들을 J리그로 보낼 필요도 없을테고, 실력되는 선수들은 제 실력 이상의 가치를 대접받을 수 있어서 좋을테지요. (물론, 현재 정착중인 구단별 유스 시스템은 별도로 차치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드래프트 제도의 장점, 매 해 쏟아져나오는 대학 졸업 및 고졸 선수들에게 번외지명등의 기회 부여라는 긍정적 측면을 2부리그에 돌려, 2부 리그 팀들이 싼 값에 명성은 떨어져도 알짜배기 자원들을 수집해서 경쟁할 수 있어 좋고, 선수들은 계약금과 드래프트 2번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어 선수와 구단 양자 모두 이득이 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2). 외국인 쿼터의 확대와 경쟁의 확대.
1부리그와 2부리그로 풀이 넓어짐에 따라, 국내 선수들에게 기회가 확대될 것입니다. 다만, 이 기회의 확대가, 별로 유망하지도 않은 국내 선수에게 과도한 계약금 경쟁이 붙어 과대 평가되는 경우 등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선, 외국인 쿼터의 제한을 어느 정도 완화함도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특히 2부리그에 위성구단을 운영한다면, 외국인 유망주들을 싼값에 데려와 육성하는 시스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므로 아시아쿼터를 확대하고 J리그의 C라이센스처럼 유소년 쿼터를 별도로 두어 젊은 선수간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킴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3). 시민구단의 자립성 강화와 연고의식 강화 + 장기적 안목하의 시즌 운영가능
상술했다시피, 시민구단이 2부리그에 설령 강등된다 하더라도, 2부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고정팬층을 확보하기도 더 용이할 것이며, 강등권 경쟁이나 승격 경쟁등의 다양한 이슈를 지역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보도하면서 이슈메이커 역할을 자임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2부리그에 있는 시민구단이라면 장기적 안목에서 드래프트로 해당 연고내의 고교출신 및 대학 졸업 선수를 집중적으로 지명해 지역색을 더욱 뚜렷하게 함이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의 K리그는 모든 팀들의 목표가 시즌 우승 내지 6강 PO 진출을 내걸기에 장기적 안목하에 팀을 가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2부리그라면 어느 정도 숨고르기가 가능할 것이고. 이런 과정을 거쳐 지역 연고 선수들로 베스트 11을 짠 팀이 1부리그에 승격 활약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1부리그와 2부리그 모두 연고의식과 기업구단 의식이 적절히 혼재된 한국 프로축구 리그만의 특색을 갖게 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5. 결론
제법 긴시간동안 써내려간것 같은데 중언부언 말이 꼬이는 부분이 없지않았나 걱정되네요 ^^;;
현재까지도 승강제를 우리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승강제가 작금의 과정상 난맥을 해결하고 정착만 성공적으로 된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의 방향성을 완전히 뒤집어놓을 것이라 감히 예측해봅니다. 때문에 지금 한국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승강제를 어떻게 할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성공적으로 유지시킬 것인가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한국에도 소위 유럽처럼 온가족이, 온동네 사람들이 경기장이든 TV앞이든 옹기종기 모여서 축구를 즐기고 하나되는 문화를 향유하길 바라신다면 이점에 대해 한번 즈음은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